
제주와 한반도 더 나아가 동아시아와 온누리에
진정한 평화가 실현되길 바라는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07년 4월 21일, 구럼비 바위가 살아 숨 쉬는 제주도의 한 시골, 강정 마을에 해군기지 건설 계획이 확정되었습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강대국들의 분쟁으로 인한 비극은 제주 4·3 학살부터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국가 폭력이라는 형태로 실행되고 있습니다. 자유롭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원했던 제주도민들은 미국과 소련의 이념 대립 속에서 불순한 좌익 세력으로 몰려 대규모 학살을 당했고, 이는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한반도를 휩쓸었던 참혹한 역사를 벌써 잊어버리기라도 했듯이, 미국과 중국의 분쟁 상황 속에서 또다시 제주도 강정에 갈등과 전쟁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자본과 군대는 필연적으로 자연을 망가뜨리고 마을 공동체를 분열시킵니다. 만약 전쟁이 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군사기지의 건설과 운용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파괴되어 가는 자연은 인간의 생존을 위태롭게 만들고, 분열된 공동체는 우리의 삶을 지옥과 같이 만들어갑니다. 그러나, 평화를 꿈꾸는 다채로운 사람들의 존재와 연대 덕분에 군사기지 반대 운동이 시작된 후로 약 2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강정의 반전 평화 운동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가와 민족을 초월해 세상의 정의와 평화를 더욱 소중히 여긴 여러분 들의 발걸음과 눈물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진정 평화로운 세상을 꿈꾼다면, 우리는 이 해군기지를 반드시 폐쇄시켜야 합니다. 자본주의와 군사주의로 표현되는 이 해군기지라는 강력한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은 돈과 권력의 논리에 순응하지 않는 일상의 소소한 삶에서, 그리고 해군기지라는 비상 상황에 대한 강력하고 격동적인 행동 모두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튼튼한 철교조차도 바람에 의한 공명 현상으로 출렁거리면서 붕괴할 수 있듯이, 강정으로 걸어오시는 여러분의 발걸음, 인간띠잇기를 하며 추는 춤, 평화를 나누는 인사, 감미로운 음악 등 모든 소리가 공명하여 해군기지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잠들어있는 구럼비를 다시 깨울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는 이 장벽을 넘어, 온 세상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날이 올 수 있도록 함께 꿈꾸고 노래하는 평화의 축제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제주 햇살이 내리쬐는 가을의 시작, 강정에서 반갑게 만나 뵙기를 기대합니다.
2026년 여름
비무장평화의섬제주를만드는사람들 올림
